일시적으로 눈이 안 보이거나 어지럼증이 생기고 언어 장애를 겪기도 한다.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등 신경에 이상이 발생한 듯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가 몇분 안에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며, 아예 아무 증상 없이 뇌졸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리 없이 다가와 예상 못한 치명적인 결과를 안길 수 있는 이 질환은 바로 ‘경동맥협착증’이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혈관으로 이어지는 목 부위의 동맥으로, 뇌로 가는 혈액의 80%를 보내는 중요한 혈관이다. 이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질환을 경동맥협착증이라고 한다.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의 약 30%는 이 경동맥협착증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경동맥이 절반 가까이 좁아져도 아무런 자각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이미 심각해진 뒤에야 증상을 나타낸다는 데 있다.
경동맥협착증처럼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는 질환은 진단이 어렵고 환자들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적기를 놓쳐 방치된 경동맥의 협착이 심해지면 언제, 어떻게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에서도 위험이 크다.
심한 경우 뇌경색으로 뇌 기능이 마비될 뿐 아니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니 70% 이상 진행된 경동맥협착증이 발견됐다면 증상이 없어도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교적 다행인 점은 경동맥협착증을 초음파 검사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적 건강검진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어 경동맥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7년 6만8760명에서 지난해 12만5904명으로 5년 새 83%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60~70대가 6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60대부터 환자가 많이 증가하는 이유는 만성질환이 잘 관리되지 않은 결과가 이 연령대쯤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만성질환으로 혈관 손상이 오랜 기간 지속하면 경동맥협착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동맥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는 주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과 같은 만성대사질환, 그리고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 만성대사질환 환자의 증가는 자연히 경동맥협착증 환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50대 이상이면서 만성대사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라면 위험군이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치료 방법은 경동맥이 좁아진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동맥 협착이 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없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경동맥이 70% 이상 좁아져 있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경동맥 내막 절제술)이나 시술(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필요할 수 있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 부위의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로, 대부분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한다. 원인 물질을 직접 제거할 수 있어 수술 후 다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확률이 비교적 낮다. 이 수술은 협착이 매우 심해져 뇌색전증을 일으켰거나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하기에는 혈관 굴곡이 너무 심한 경우 등에 시행한다.
비교적 안전한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건강이 좋지 않은 고령 환자나 심장병을 동반한 환자, 전신마취가 부적합해 수술 위험성이 높은 경우 선택할 수 있다. 이 시술은 경동맥 안으로 미세한 철사와 도관을 이용해 풍선을 집어넣어 부풀린 뒤 확장된 협착 부위에 스텐트를 거치시키는 치료법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지 않으므로 재협착 가능성이 경동맥 내막 절제술보다는 높다.
국내에선 2021년 기준 경동맥 내막 절제술과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5000례 이상 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 시술을 받은 환자의 비중이 85%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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