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맞은 이유 (逐家理由)
시집에서 소박을 맞고 쫒겨 온 세 여인이 우연히 한 자리에 모였다.
그녀들은 별일도 아닌 것으로 쫓겨 왔다면서 서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먼저 한 여인이 이렇게 말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쫓겨났다니까!
한번은 시어머니가 피우던 담뱃대를 털어 오라고 하기에 그것을 털려고 바깥으로 나갔지.
마침 둥그런 돌이 보이기에 그 돌에다 대고 담뱃대를 털었는데,
그것이 돌멩이가 아니라 달빛에 비친 시아버지의 대머리일 줄 누가 알았어? "
다음 여인이 말을 받았다.
"시아버지 머리통을 돌로 알고 그 곳에다 담뱃대를 털어 상처를 냈으니 그럴 만도 하네.
거기에 비한다면 나는 정말 억울하다니까.
나는 시할머니께서 화로에 불을 담아 오라고 하기에 화로를 들고 나간다는 것이
요강을 잘못 들고 나가서 거기에다 불을 담았다가 쫓겨났거든."
이번에는 마지막 여인 차례이다.
"요강을 화로로 알았으니 바보짓을 했구먼.
거기에 비하면 나는 기껏 좋은 일을 하고서도 쫓겨났으니 너무 억울해.
하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총각이 하도 추워하기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총각의 손을 내 가슴속에 넣고 녹여 준 것이 화근이었지 그뿐이었다니까"